글로 읽는 영화

글로 읽는 영화 "렛 미 인"

빈카소 2021. 2. 7. 23:11

- 글로 읽는 영화는 본 영화에 절대적인 소단의 시점에서 쓴 리뷰이며, 다소 영화와 맞지 않은 표현들도 들어가 있으니 이점 유의 바랍니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눈발이 흩날리는 어느 날 밤. 자신의 방 창가에 비치는 오스칼은 잘 준비를 하고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나이프를 들고 자신이 당하는 학교폭력을 허공에 대고 그대로 따라한다. 집 밖에서는 옆집으로 이사온 이엘리와 호칸이 차에서 내려 오스칼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선다. 시크하고 도도하게 빈 손으로 들어가는 이엘리와 혼자 열심히 모든 짐을 나르는 중년의 남자 호칸. 짐을 정리하는 듯 오스칼의 방 벽 너머에서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호칸은 제일 먼저 집의 창문을 꼼꼼히 다 막아버린다. 능숙한 몸짓으로 채혈도구를 챙기는 호칸은 길거리에서 목표물을 탐색하다가 한 학생에게 다가가 마취제가 든 수건으로 잠들게 한 후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피를 받아낸다. 하지만 산책을 나온 큰 개와 주인들에 의해 채혈은 실패하고 도망을 치게 되지만, 피가 반 이상 들어있던 통을 놓고 온 것을 지하철 안에서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이엘리에게 호되게 혼난다. 이 사건으로 온 동네가 떠들썩해지자 오스칼의 엄마도 오스칼에게 주의를 준다. 이런 범죄사건에 관심이 많은 오스칼은 엄마의 말은 그저 흘려들으며 사건이 실린 신문을 몰래 가져와 본인의 스크랩북에 한 장을 채운다. 경찰의 학교방문수업에서도 방화사건의 핵심을 맞출만큼 이런 사건들에 관심이 많고, 매일 밤 잠재적인 폭력성을 드러내는 오스칼은 왜 학교에서 비슷한 또래 3명에게 그저 학교폭력을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나이프를 들고 집 앞 놀이터 나무에 나이프를 찌르며 가해자놀이를 하던 오스칼은 언제부터인지 정글짐에 서 있던 이엘리를 만난다. 첫만남부터 너와는 친구따위 안 한다고 선을 긋는 이엘리. 실망한듯 어이없는 듯 자신도 친구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오스칼. 한편, 화창한 아침에 한 가게에서 아침부터 조식모임을 갖던 한 무리가 이제 막 이사온 중년 남성, 호칸에게 합석을 제의한다. '라케'의 말을 정중히 거절하며 계산을 마치고 일어서는 호칸은 모든 것에 선을 긋고 이엘리만을 신경쓴다.

 

 

 

 

하루는 위험한 나이프 대신 루빅스 큐브를 들고 집 밖으로 나온 오스칼은 정글짐에 앉아 큐브를 몇번 만지작거리다 뒤이어 나온 이엘리를 눈치챈다. 둘의 얼굴엔 반가움이 묻어나지만 친구는 하지 않겠다던 서로의 말대로 겉으로는 무심한 척 차가운 태도를 취한다. 이내 오스칼이 가지고 있던 루빅스 큐브에 관심을 갖는 이엘리에 오스칼은 친절히 설명해주며 빌려주기까지 하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인지라 '너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이엘리에게 신경쓰이는 대사를 날린다. 그리고 또 한방. 모든 이의 궁금증인 한 마디. "안 추워?" 하얀 입김과 오스칼의 얼어붙은 콧물과는 대조적으로 얇은 남방 하나만 걸친 이엘리는 무심하게 대답한다. "안 추워. 추위를 잊었나 봐." 의문어린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오스칼과,'꼬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배를 움켜쥐는 이엘리. 힘없이 고개를 든 이엘리는 인적이 드문 굴다리 밑으로 향한다. 라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던 요케를 공격한 이엘리는 오랜만에 배를 채웠다. 호칸과는 다르게 확인사살까지 확실히 하는 이엘리의 모든 행각을 지켜보던 굴다리 앞 아파트에 사는 요스타는 친구들이 모여있는 그 모임장소로 향한다. 요스타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따라나선 친구들은 요케가 뱀파이어에게 당한 자리에서 핏자국만을 보고 분개한다. 시체는 없었다. 호칸이 더 빨랐던 것이다. 흡혈로 더러워진 이엘리의 옷을 보고 호칸은 이엘리를 혼냈고, 다급히 사건장소로 가 시신을 썰매에 싣고 인적이 드문 배수관에 빠뜨려버렸다. 빨간 장대로 시신을 점점 깊이 가라앉히며. 호칸의 수고로움에도 그러든지 말든지 천진한 표정으로 잠든 이엘리와 이엘리가 정글짐에 두고 온, 다 맞춰진 루빅스 큐브를 발견한 오스칼. 학교에서도 하루종일 큐브만 만지작거린다. 드디어 밤이 되자 이엘리를 만난 오스칼의 표정은 환하다. 반가움과 신기함. 나름 따뜻한 반팔목티에 약간은 어색한 표정으로 나온 이엘리는 냄새가 나는지부터 물어본다. 12살, 딱 민감할 나이의 그 모습. 그런 건 상관없는 오스칼은 같이 완성된 큐브를 가지고 놀며 이엘리에게 질문을 한다. 생일도 모르는 열두살쯤이라는 이엘리가 신기한 오스칼.

 

 

 

 

그런 이엘리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방과 후에도 학교에 남아 책에 있는 모스부호를 베낀다. 학폭가해자들의 협박과 신체적 폭력에도 모스부호 종이를 지켜낸 오스칼은 밤이 되자 정글짐에서 이엘리에게 모스부호를 가르쳐 준다. 얼굴의 상처를 본 이엘리는 오스칼의 엄마와는 다르게 참지말고 받아치라며 강하게 나가라고 한다. "내가 도와줄게. 날 믿어." 기분이 좋아진 오스칼은 이엘리에게 사탕을 사주지만 인간의 음식은 먹지 못하는 이엘리. 오스칼의 눈치를 보다가 사탕 하나를 먹고 곧바로 토해버린다. 사과하는 이엘리와 말없이 이엘리를 안아주는 오스칼. 여자가 아니어도 본인이 좋다는 오스칼에 말에 이엘리의 표정은 묘하기만 하다. 서로의 집으로 돌아가 방 벽을 마주하고 모스부호로 인사를 나누는 둘. 'SWEET DREAM'. 다음 날, 학교 방과후운동프로그램에 신청한 오스칼은 꾸준히 하면 튼튼해질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벌써부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도 채혈도구를 준비하던 호칸은 혹시모를 일을 염두해 염산까지 준비한다. 이엘리를 위해서. 그리고는 부탁 하나를 한다. '오늘 밤엔 그 아이를 만나지 말아줘.' 질투였던 걸까? 이엘리를 위해 일하는 시간에만큼은 그 아이와 있지 않았으면 하는. 이엘리를 그날 밤 오스칼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서로 모스부호로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각, 근처 학교 농구부원 한명을 묶어내는데 성공한 호칸은 채혈에 또 실패한다. 체념한 표정으로 농구부실 샤워장 구석으로 들어간 호칸은 염산을 자신의 얼굴에 붓는다. 신원확인을 못하게 하기 위해. 이엘리를 위해. "...이엘리..."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호칸의 체포소식이 뉴스에 흘러나오고 이엘리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곧바로 병원으로 향하는 이엘리. 7층까지 병원건물 외관을 타고 올라간 이엘리는 호칸이 있는 병실 창문을 노크한다. 식도가 녹아 말을 할 수 없는 호칸은 창문을 열고, 목에 있는 호스를 빼고 몸을 밖으로 내민다. 기꺼이 이엘리에게 마지막으로 몸을 내어준 호칸은 그렇게 병원 건물에서 낙사한다. 자신의 한 사람을 잃은 이엘리는 또다른 한 사람에게 찾아간다. 오스칼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이엘리. 비몽사몽 이엘리를 초대한 오스칼. 차가운 맨 몸을 오스칼의 옆자리에 누워 녹이는 이엘리에게 오스칼은 사귀자고 고백을 한다. 지금이랑 똑같다면 사귀자고 답하는 이엘리. 서로 마주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간다. 놓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해가 뜬 아침. 이엘리는 쪽지 한 장만을 남기고 없어졌다.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볕좋은 날씨에 현장학습을 나온 아이들. 스케이트를 타며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틈을 타 학폭가해자들은 또 오스칼을 괴롭힌다. 이젠 참지만은 않기로 한 오스칼은 호칸이 시신처리에 사용했던 빨간 장대로 가해자의 귀를 날려버린다. 그 때의 오스칼의 표정은 어떤 느낌을 말해주고 있었을까? 나도 한방 먹일 수 있다는 자신감? 해방감? 통쾌함? 때마침 저학년 아이들에 의해 요케의 시신이 발견되고 꽁꽁 얼어버린 강가의 얼음과 함께 인양되었다. 학폭가해자 중 한명, 마틴이 자신에게 아는 체를 해 오는 것에 더 심취해서였을까? 오스칼은 이엘리를 날라리들의 아지트로 데려와 데이트를 한다. 자신의 모험담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며.

 

 

 

 

그러다가 자신의 손바닥에 상처를 내며 피의 맹세를 하자는 허세를 부리기까지 한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피에 반응하는 자신의 온 몸에 경계심을 작동시켰던 이엘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오스칼의 피를 핥는다. 그러다 그 공간을 도망쳐나와 라케의 애인인 이니아를 습격하지만 라케의 공격으로 실패해 도망친다. 오히려 뱀파이어에게서 죽지 않고 살아난 이니아는 뱀파이어가 되었고, 햇빛에 화상을 입고 두려움을 느끼며 피에 반응하게 된다. 점점 상태가 변하던 이니아는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하고 자신이 무언가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직감해, 화창한 아침 블라인드를 걷고 자연발화하며 자살을 한다. 한편, 아빠와 주말에 좋은 시간을 보내던 오스칼은 도중에 방문한 아빠의 애인을 보고 시무룩해진다. 지난 번에는 단 둘이서 좋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결국 히치하이킹으로 자신의 집 앞까지 온 오스칼은 곧바로 이엘리의 집으로 향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오스칼. "너 뱀파이어야?" "그래. 난 피를 먹어야 살아." 굳게 닫힌 유리문을 사이로 서로의 손길을 따르던 애틋함은 이엘리가 열어준 문을 통해 깨져버렸다. 이상한 냄새, 가난해 보이는 생활환경, 이엘리가 건네는 출처모를 돈들. 경멸어린 시선으로 이엘리를 내려다보는 오스칼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다. 며칠 뒤 울리는 초인종의 주인은 이엘리. 달갑지 않은 표정의 오스칼과 수줍게 웃는 이엘리. 초대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이엘리를 조롱하며 그냥 집 안으로 들이는 오스칼에 이엘리의 온 몸에서는 피가 흘러나온다. 그제야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지한 오스칼은 이엘리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다.

 

 

'누구나 마음으론 죽이지, 난 살기위해 죽여.

잠시만 내가 되어줘.'

 

 

 

 

 

"넌 누구야?" "난 너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아." "마음으론 죽이지." "..." "난 살기위해 죽여. 잠시만 내가 되어줘."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좋은 시간을 보내던 둘은 각작의 집으로 돌아간다. 밤늦게 이엘리의 집으로 간 오스칼은 아침에 욕실에서 자는 이엘리의 쪽지를 발견한다. 한편, 친구와 애인을 잃은 라케는 이엘리의 집에 침입해 욕실문을 따고 들어가 이엘리를 죽이려 한다. 오스칼의 도움으로 일어난 이엘리는 라케를 흡혈해 죽인다. 입을 맞추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사람. 이엘리는 떠났고 오스칼은 텅 비어버렸다. 마틴의 덫에 걸려 늦은 밤 학교로 운동나온 오스칼. 아쿠아로빅을 하는 오스칼과 불장난으로 선생님을 낚은 학폭가해자들. 수영장에 있던 아이들을 다 내쫓고 칼로 오스칼을 위협한다. 물 속에서 3분 숨참기 놀이. 물에 잠긴 오스칼. 그의 머리채를 잡았던 코니의 형의 팔뚝과 목이 잘리고, 코니와 마틴이 죽어있는 수영장 물에서 자신을 이끌어낸 건 애매랄드 색 눈의 이엘리. 예쁘게 웃는 둘. 눈발이 흩날리던 밤을 지나 기차에 몸을 실은 오스칼의 큰 캐리어에서는 모스부호가 울린다.

 

 

 

 

 


안녕하세요. 소단입니다.

오늘은 빈카소님 대신 제가 글로 읽는 영화, 글읽영의 카테고리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저한테는 남자주인공 오스칼의 솜털이 보송한 붉은 뺨에 하얀 얼굴과 콧물이 얼은 멍한 표정이 이 영화를'겨울영화'라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겨울이 되면 세번정도씩은 보는 영화입니다. 항상 멍때리며 보다가 빈카소님과 대화 중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하고 이번에 또 보면서 포스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듯 미숙했던 호칸의 행동들. 자신의 마지막까지 이엘리에게 내어주는 순정. 이엘리의 무엇이 호칸을 이정도로까지 만들었을까요? 호칸이 시신처리에 썼던 빨간 장대를 오스칼이 집어들어 학폭가해자의 귀를 날려버리는 자신의 폭력성을 처음으로 내보입니다. 이렇게 이엘리에 곁에 있게 될 사람이 호칸에게서 오스칼로 넘어가게 됨을 암시하게 되죠. 이엘리가 잠시만 자기가 되어달라며 공감과 동감을 통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과거와 어두운 내면, 이 모든 것들을 품어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가는 사람을 쓰는 것 같습니다.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갔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호칸과 오스칼이 그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암시하고 끝납니다. 호칸이 오스칼이었고 오스칼이 호칸이었던, 수백년 전 변태 영주에 의해 거세당해 뱀파이어로 살아온 12살 소년과 또 다른 소년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