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읽는 영화는 본 영화에 절대적인 빈카소의 시점에서 쓴 리뷰이며, 다소 영화와 맞지 않은 표현들도 들어가 있으니 이점 유의 바랍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시작합니다.
마지막 화
"사랑한다고 말하던 당신의 목소리 듣고 싶었어, 언제나
잘 다녀왔냐고 말해 줘."
마츠코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마가와 상수도에 도착해 물속으로 들어간 마츠코는 죽지 못했다. 끽해야 종아리까지 오는 물에서 마츠코는 멍하니 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리 위에서 말을 건네 온다. "상류 취수장이 닫혀 이제 물이 안 흘러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올리는 마츠코. 짧은 머리에 통통한 체격, 딱히 튀지 않는 옷차림으로 마츠코에게 상냥하게 말을 던지는 그. 마츠코는 그의 첫인상을 이렇게 기억하리라. '초라하지만 착한 눈을 가진 남자.' 그렇게 마츠코는 상냥한 목소리와 착한 눈을 가진 이 초라한 남자와 술을 마시러 간다. "죽으려고 그랬지?" 어렵게 입을 연 남자는 조심스럽게 마츠코의 눈치를 본다. "갈 데는 있어? 난 시마즈 겐지야. 직업은 이발사" 그렇게 가볍게 술을 마시고 난 마츠코는 켄지와 함께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이발소로 들어선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는 마츠코에게 손님이 앉는 거울 앞 의자에 앉혀서는 머리를 다듬어 준다고 한다. 긴 머리를 유지해온 마츠코는 아무렴 어때 라며 선뜻 그에게 머리를 맡긴다. "혼자 살아? 아내는?" 마츠코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남자는 머뭇거리다 씁쓸한 말투로 대답한다. "3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어." 단발머리로 잘린 머리를 한참을 바라보는 마츠코, 왠지 새로 태어난 기분을 만끽하고는 켄지와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부터 켄지의 일을 돕기 시작하는 마츠코. 그녀는 그의 조수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었으며, 마지막으론 아내가 되어주기로 한다. 어느 날은 마츠코에게 그는 직시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마주 잡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을 한다. "당신이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진 몰라.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냥 당신이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마츠코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낀다. 눈 쪽으로 피가 몰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지만, 눈물 대신 뜨거운 포옹으로 그를 안아준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는구나,라고.
여느 날처럼 부엌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식을 만드는 마츠코, 곧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켄지는 안방에서 미소를 지으며 낮잠을 자고 있었고, 이보다 평온할 날이 또 있을까? 라며 마츠코는 생각한다. 한편 이발소 밖에서는 이름 모를 형사들이 찾아온다. "살인자 주제에 노래가 잘도 나오네." 그렇게 이발소 겸 집으로 들어오는 형사들은 마츠코와 마주친다. "카와지리 마츠코 맞지?" 형사들을 바라보고는 긴 숨을 쉬는 마츠코. 그래, 언젠가 찾아올 벌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개를 떨구는 마츠코, "준비할 동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지막하게 대답하고는 마츠코는 밥상에서 자신의 그릇을 빼버린다.
[카와지리 마츠코 살인죄로 징역 8년]
높은 교도소 담장 너머로 위험해 보이는 여자들이 잔뜩 채워져 있다. 각자의 사연으로 들어온 여자들과 함께 지내게 된 마츠코. 같은 시간 일어나고 같은 시간 밥을 먹고 같은 시간 일을 하며 잠을 자는 교도소 생활에는 가히 맹수들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싸움에 누구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종일관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는 마츠코를 보며 어떤 여자는 그녀를 보고 이렇게 얘기했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진 몰라도, 인간다운 불안 같은 게 없어 보였어.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갈 뿐. 특이하다고 생각했지." 그렇다 마츠코는 딱히 무서울 게 없었다. 언젠가 이곳을 벗어나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켄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에 그녀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약속했으니까, 함께 살자고.
마츠코는 교도소 안에 있는 미용실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미용을 배우며 언젠가 그와 함께 손님들의 머리를 만져주는 미용사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고, 결국엔 미용사 자격증까지 따는 등 착실하게 수감생활을 해나간다. 그렇게 8년의 세월이 지나고 난 후 마지막 출소 심사에 교도관과 자리를 함께 한 마츠코. "출소하고 뭐 할 거지?" 마츠코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시마즈 켄지와 살 거예요" 다시 질문하는 교도관 "어떤 관계지?" 이번에는 예쁜 미소를 지어내며 대답하는 마츠코. "같이 살자고 약속했어요." 질문을 이어가는 교도관 "면회 온 적은?" 마츠코는 또다시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아뇨, 한 번도 없어요." 그렇다 마츠코의 징역 생활 중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켄지. 같이 지내는 수감자들 중 누군가는 한 달 정도 같이 산 것뿐이지 않냐고, 이미 잊어버렸을 거라고, 걱정스레 얘기하지만 마츠코는 그의 대한 믿음이 강했다. 같이 산 기간이 얼마인지는 마츠코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켄지는 자신에게 강인한 사랑을 주었고, 함께 살자고 약속했으니 그거면 된 것이다. 그렇게 교도소를 나오고는 곧바로 켄지를 향해 가는 마츠코. 마츠코는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예쁘게 내리쬐는 햇살, 잔뜩 피워 흩날리는 벚꽃들이 머리를 만지고 뺨을 타고 날아간다.
이렇게 예쁜 날 자신과 켄지의 눈물겨운 재회를 상상하며, 행복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향한다. 이발소 앞에 다 왔을 때쯤 이발소의 유리 너머로 착실하게 손님의 머리를 만지며 일을 하고 있는 켄지가 보였다. 여전히 상냥한 미소와 착한 눈을 가진 그를 지그시 바라보는 마츠코. 환한 미소로 그에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마츠코가 입고 있던 조수용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나타나고 그 뒤로 7살 정도로 돼 보이는 소년이 나타난다. 자신을 안아주던 넓은 품으로 파고는 소년. 마츠코는 한참을 그의 가족들을 바라보다 옅은 미소를 띤다.
"다녀왔어."
1982년 마츠코 34세.
다시 혼자가 된 마츠코, 일자리를 찾다가 긴자에 있는 미용실을 찾게 된다. 미용실 이름은 '아카네'. 교도소 안에 있던 미용실 이름과 같아서인지 마츠코는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이었다. 마츠코가 손질해주고 있는 손님이 마츠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데, 신경 쓰지 않고 긴 머리를 열심히 커트하고 있는 마츠코. 무시하고 자기 할 일 하고 있는 마츠코를 보며 결국 손님은 '풉' 하며 소리 내어 웃어 보인다. "아직 모르겠어? 나야, 나" 마츠코는 거울 속에서 자신을 향해 예쁘게 웃고 있는 손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생각해낸다. 교도소에서 함께 지낸 죄수들 중 자신에게 유독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여자, '아즈마 메구미'. 깜짝 놀라 메구미의 얼굴을 보며 반가워하는 마츠코. 스타일이 너무 바뀌어버린 메구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마츠코를 보며 메구미는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해서 사와무라로 성이 바뀌었지만. 바보야, 난 남자랑 결혼했어." 메구미는 교도소에서 돈을 받고 여자들에게 쾌락을 선사한 여자이다. 그런 메구미를 보고는 일찌감치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한 마츠코였지만 사실 아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메구미와 마츠코는 그때부터 종종 만나 쇼핑도 하며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으며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돈독한 친구사이가 된다.
'미망인은 음란해' 얼마 지나지 않아 메구미는 음란비디오로 데뷔하게 되고 첫 비디오가 나올 때쯤 마츠코에게 비디오를 건네준다. 분위기 좋은 예쁜 디저트 카페에서 둘은 빵이 가득 담긴 접시들을 밥으로 비워내고 있을 때였다. "안 울었어?" 마츠코가 묻는다. "울어? 내가 왜 울어?" 씩씩하게 대답하는 메구미. 그렇게 입으로 들어가는 빵들이 자꾸 메어 목울대가 울렁인다. 그런 메구미의 손을 잡는 마츠코,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메구미를 위로하며 둘은 술을 마시러 나간다. 그렇게 잔뜩 취해버린 마츠코와 메구미.
마츠코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에서 한잔 더 마시자며 메구미는 자신과 남편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어릴 적 10대 소녀인 마냥 계속해서 웃어 보이는 둘. 메구미는 오피스텔 벨을 누른다. " 다녀왔어!! " 잔뜩 취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다녀왔다고 문을 열어달라는 메구미. "어서 와" 수신 너머로 그녀의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메구미는 마츠코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츠코는 이만 돌아가겠다며 돌아선다. 아쉬움을 남긴 채 쓸쓸한 마츠코의 뒤를 바라보고 있는 메구미.
그날 이후로 메구미를 피하는 마츠코, 약속을 잡으면 당일날 취소하는 등 마츠코는 메구미를 피한다. 마츠코는 자신이 꿈꿔왔던 그런 생활을, 그런 사랑을,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려주는 그런 삶을 동경해왔지만 마츠코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자신을 탓하는 것일까? 메구미는 그날 이후로 마츠코를 좀처럼 만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둥 번개가 치고 비까지 휘몰아치던 어느 날 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마츠코는 한 남자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마츠코의 앞을 가로막은 남자는 가히 위험해 보일 정도로 강한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류 요이치입니다. 기억 안 나세요?"
누가 봐도 야쿠자의 행세를 하고 있는 남자는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의 존재를 마츠코에게 드러내는데, 마츠코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전 시간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던 남성임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낯익은 듯한 반항적인 분위기는, 마츠코가 중학교 교사 시절, 자신의 절도를 마츠코에게 떠넘겼던 그 반항아 류 요이치를 기억하게 한다. "류 너니? 야쿠자가 됐어?" 재밌다는 듯이 물어보는 마츠코, 그렇게 류는 마츠코를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한다. 비가 내리는 차 안, 마츠코는 학교를 그만두고 그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이야기를 류에게 말해준다. 가족에게 연을 끊긴 일, 동거하던 남자들에게 배신당한 일, 마사지 걸 하다가 기둥서방 죽이고 감옥 간 일,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신나게 말을 하는 마츠코와는 다르게 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간다. 마침내 마츠코의 집에 도착한 류와 마츠코. "나 때문이에요. 나 때문에 학교 잘렸잖아요." 고개를 떨군 채 처음으로 입을 여는 류, 마츠코는 씁쓸하게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긴다. "가르쳐 줄래? 수학여행 때 돈을 훔친 게 누군지?" 한참 서로를 바라보다 류는 대답한다. "접니다." 마츠코는 실없이 웃어 보이며 그렇게 자신이 싫었는지 묻는다. "좋아했습니다. 너무 좋아해서...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그의 대답에 마츠코의 미소는 사라지고 빗소리만이 정적을 채운다. "비는 너무 싫어." 마츠코는 도망치듯 류의 차를 벗어나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류 또한 도망치듯 차를 몰고 마츠코의 집에서 나와버린다. 이 모든 절망과 고통의 시발점이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지 도통 이해하기 힘든 처지였을 것이다. "다녀왔어." 힘없이 내뱉는 마츠코의 한숨. 그렇게 불도 켜지 않은 채 벽에 기대어 한숨을 쉰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해서 창문을 열어보는 마츠코, 류가 다시 돌아왔다. 무슨 생각인 것일까? 마츠코는 생각한다. '여기 있어도 지옥, 나가도 지옥. 어느 쪽도 지옥이라면...' 마츠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밖으로 나가 류의 차로 달려간다. 때마침 마츠코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밖으로 나오는 류, 마츠코는 그런 그를 바라보고는 진한 키스를 퍼붓는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도록 사랑을 속삭이는 류와 마츠코.
어느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는 류의 등과 팔은 화려하면서도 위협적인 문신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어디 가냐고 묻는 마츠코에게 조직에 나가봐야지 라며 대답하는 류. 나갈 채비를 마치고 단도를 집어 드는 류에게 달려들어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며 말리는 마츠코. 그런 마츠코에게 손찌검을 하는 류. "남자일에 간섭하지 마!" 쾅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츠코는 심호흡을 한다. '괜찮아. 맞아도, 혼자보다는 나아' 흰 눈이 내리는 계절이었다. 마츠코는 류가 다칠게 두려워 야쿠자를 그만두라며 계속해서 말리는데 류는 그럴 때마다 마츠코에게 손을 올린다. 붉은 생채기가 올라오고 코피가 터져도 마츠코는 생각한다 '혼자보다는 괜찮아' 자신을 위로하다 쓰러진 마츠코. 아침이 밝아오고 현관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메구미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자신의 옆에선 밤새 간호를 했는지 피곤해 보이는 류의 얼굴이 보인다. 신경질적으로 두드려대는 현관문에 마츠코는 내가 없다고 얘기해 달란 듯이 류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류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류를 보며 메구미는 말한다. 마츠코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마츠코가 안에 있는 거 안다며 마츠코를 불러달라고. 집에 들어오려는 메구미를 밀어내는 류, 둘의 실랑이 끝에 메구미는 마츠코의 얼굴을 보고야 만다. 류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마츠코의 얼굴은 이리저리 형편없이 맞아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이런 거랑 얽히면 지옥 끝까지 가게 돼!"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메구미의 말에 신경질이 난 류는 메구미를 때리려고 한다. 그러자 마츠코는 달려 나가 류를 안으로 밀어 넣고 문밖에서 메구미를 마주한다. "나는 말이야. 이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갈 거야. 그게 나의 행복이야!"
목이 메이는 마츠코는 그래도 당당하게 메구미에게 말을 전하고 집 안으로 돌아선다. 그런 마츠코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는 류. 집에 들어온 마츠코는 류를 향해 야쿠자를 하던 뭘 하던 류 마음대로 살라고 소리친다. 당신이 뭘 하든 자신이 당신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얘기하는 마츠코. 그 후로 마츠코는 류를 위해 살아가게 된다. 류가 시키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 하는 마츠코. 그게 설령 위험한 일이더라도 류를 위해 기꺼이 해나간다. 류와의 계절은 겨울이었던가. 또다시 찾아온 겨울, 코타츠에 몸을 넣은 채 멍하니 티비를 보며 류와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던 때이다. 늦은 시간 울리는 전화기에 반갑게 수화기를 드는 마츠코. "마츠코!! 돈만 들고 아파트를 나와! 와카바란 호텔에 있어! 서둘러, 거긴 위험해!" 류다.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마츠코는 황급히 돈을 챙기고 아파트를 나서려는데 이미 아파트 앞은 류의 조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를 몰고 들어오고 있었다. 가까스로 창문 밖으로 도주하는 마츠코. 호텔에 도착했을 때 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마츠코는 류에게 곧장 달려가 이리저리 살피는데 그의 얼굴과 몸은 맞고 찢겨 피범벅이었다. "조직 공금으로 도박한 게 들통나서, 도망쳐 나왔어. 지금쯤 날 찾고 있을 거야." 불안해 보이는 그, 마츠코는 그의 불안을 안심시켜주려 힘 있게 품으로 안아준다. "나, 아기 갖고 싶어. 아기 낳아서, 우리 셋이서...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미래를 얘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울리는 전화기 소리. 들켰다고 얘기하는 류. 죽음에 가까워진 둘은 손바닥 한가득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삼키기 전 마지막 키스를 한다.
하지만 류는 죽는 건 못하겠다며 뱉어내고 경찰에 신고하고는 조직을 피해 감옥으로 들어간다.
마츠코는 류의 교도소 부근에 집을 구한 채 류가 출소하기만을 밖에서 기다린다. 큰 담장 너머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츠코와 류. 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마츠코, 마츠코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다르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다. "내가 마츠코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는 마츠코를 만나지 않는 것."
1988년 마츠코, 40세.
몇 해가 지났을까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류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이다. 마츠코는 눈처럼 하얀 옷을 입은 채 한아름 장미꽃을 들어 류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소리가 끼익- 하고 열린다. 밖으로 나오는 류. 그렇게 마츠코와 류는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어서 와 -" 예쁜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네는 마츠코. 하얗게 내리는 눈이 축복이라도 하는 듯 아름답게 떨어진다. "류가 나오길 계속 기다렸어." 마츠코의 마지막 말과 함께 류는 뒷걸음질친다. 무슨 괴물이라도 보는 듯 얼굴이 일그러지는 류. 다가오는 마츠코를 향해 주먹으로 마츠코의 얼굴을 가격한다. 그 후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치듯 뛰어가는 류. 눈 위로 떨어진 마츠코, 그 주변으로 흩뿌려진 빨간 장미꽃.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마츠코.
모든 것을 잃은 마츠코는 어릴적부터 자신이 좋아하던 강을 보러 가기 위해 마츠코의 본가 집 쪽으로 향한다.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언제 봐도 변하지 않는 그 강에 도착해 멍하니 쭈그려 앉아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마츠코는 세상에서 가장 구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어깨너머로 어린아이가 다가온다.
인기척에 뒤돌아보는 마츠코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더니 아버지께 보여주던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준다.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어린아이.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마츠코에게 답하는 아이. 아이는 마츠코와 놀고 싶은지 자신이 갖고 있던 공을 건네준다. 마츠코는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쇼! 이리 못 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남자.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가까이 달려온 상태였다. "네 아들 이름이 쇼구나" 남동생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지가 언제였을까. 어느 세월에 다 커서 어린아이까지 있는 아빠로 나타난 남동생이었다. "뭐 하러 왔어?" 잔뜩 경계를 하는듯한 남동생. "딱히, 이 강을 보러 온 것뿐이야. 쇼라고? 내 조카구나." 조카 쇼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마츠코.
그렇게 남동생이 몰고 온 차에 셋은 탑승한다. 여동생의 안부를 묻는 마츠코의 물음에 대답하는 남동생. "죽었어. 작년 가을에 폐렴이 악화돼서... 쿠미의 마지막 말이 뭐였는지 알아? '언니, 어서 와'... 그러고 죽었어." 마츠코와 남동생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터져 나오는 눈물에 마츠코는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다. 집 근처 역으로 도착한 남동생의 차. 마츠코에게 내리라고 한다. 발걸음이 떠나질 않는 마츠코에게 다시 한번 빨리 내리라며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그렇게 마츠코는 차에서 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조카는 천진난만하게 마츠코에게 인사한다.
그렇게 마츠코는 자신의 인격을 놔버리기로 한다. 철저하게 자신을 망가뜨려 혐오스럽게 변해가는 마츠코.
"고향의 강과 매우 비슷한 그 강 옆에 아파트를 빌렸습니다.
이제 아무도 안 믿어.
이제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내 인생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할 거야.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먹고, 마시고, 가끔씩 강을 보며 고향을 그리며 살았습니다.
화장도, 치장하는 것도, 청소도 하지 않고, 숨 쉬는 것마저 귀찮아져서 아 - 이대로 죽는구나 생각할 무렵
당신을 만났습니다."
빈카소의 글로 읽는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편이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될 시점은 단언컨대 인생 최악의 날들로부터 조금 벗어날 때였습니다. 무작정 내 인생이 쓸모없어 보이고 어딘가에 결핍되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며 살아갈 때,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굉장히 혐오스러운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봐도 이렇게 쓸모없는 인생 따위 최악이라며 눈물도 나오지 않을 때쯤, 어떻게 이 영화를 시청하게 됐는지 기억은 잘 안 납니다. 이 영화를 보고서는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내 인생에 빗대어보는 그녀의 인생 또한 너무나도 불쌍하고 기구한 인생이라 공감을 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안에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데도, 그녀는 원하는 한 가지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사랑, 자신의 안식처. 그녀가 끝없이 갈망하던 사랑 안에서는 늘 같은 대사들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다녀왔어?, 어서 와" 그것은 아마도 아버지의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던 마츠코에게 아버지의 사랑의 부재가 그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누구는 이런 기괴한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적어도 저는 이 영화의 전반적인 색감, 꽃으로 표현되는 마츠코의 일생 순서, 괴상한 웃음 포인트,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불쌍한 그녀의 인생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영화를 추천드리며 인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좋은 밤 보내세요 우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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