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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읽는 영화 "우아한거짓말 3부" 마지막화

빈카소 2021. 1. 1. 16:15

- 글로 읽는 영화는 본 영화에 절대적인 빈카소의 시점에서 쓴 리뷰이며, 다소 영화와 맞지 않은 표현들도 들어가 있으니 이점 유의 바랍니다.

 

 

 

 

 

 

 

 

 

 

우아한 거짓말

시작합니다.

 

 

 

3부. 마지막화

 

 

 

 

 

 만지는 급하게 집을 나와 옆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문을 두드려봐도 경비실에 있는 추상박이기에 안에 있을 리가 없고, 결국 집으로 들어오는 만지.

 현숙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천지가 준 빨간 털실로 털모자를 뜨고 있다. 딱히 티브이도 틀어놓지 않은 채 조용한 적막 속에서 만지는 옆에서 빨래를 넌다. 만지는 멍하게 털모자를 뜨고 있는 현숙을 바라보며 눈치를 살핀다. "엄마 천지한테 혹시.. 천지라고 끔찍한 일 안 당한다는 보장 없으니까, 폭행이라도.. 뭐.." 적막을 깨는 만지는  현숙이 혹시 뭐라도 알고 있나 싶어 물어본다. "네가 묻는 폭행, 성폭행 말하는 거냐? 그런 거 없었어." 만지가 물어보는 질문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감이오는 현숙은 시덥잖은 얘기에 털모자에 집중한다. "자신해? 우리만 몰랐던 거 아냐? 혹시... 임신이라도, " 최악의 최악을 생각하는 만지에 반에 현숙은 여전히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초경도 안 한 애가 무슨 임신이야." 하지만 만지는 계속해서 천지의 만약을 들며 현숙에게 계속해서 질문하지만 현숙은 그런 일 없었다는 것을 자신하며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딸한테 남자 지나간 건 알아. 엄마만 알아. 안 지나갔어, 천지한테" 엄마인 현숙은 딸들의 빨래며 생리대며 하나부터 열까지를 다 간섭하기에 천지에게는 그런 만약은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만약에... 내가 그런 일 당하면..." 만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결국 폭발하는 현숙 "이 계집애가 만약은 다 왜 이래! 만약에 그러기만 해봐, 그 새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꿈이 열리는 창, 아람 도서관]

"동생이 책 빌려달라는데 전에 빌린 거랑 중복될까 봐요."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만지는 천지가 다녔다는 아람 도서관으로 향한다. 사서님께 천지의 대출조회를 뽑아 받아보는 만지. 천지가 이전에 빌렸던 책들이 쓰여있었다. 대부분 우울증에 관한 책들로 나열돼있었다. '우울증은 치료된다, 우울증 심리학, 노인과 바다, 우울증 거듭나기' 만지는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대출조회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고는 도서관 밖으로 향하는 만지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여태껏 혼자서 이렇게 우울증과 싸워왔을 만지를 생각하니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때 주변을 둘러보던 만지는 저 멀리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는 추상박의 뒷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뭐하세요?" 옆으로 가까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추상박은 만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경기를 일으킨다. "뭘 그렇게 놀래요. 무슨 죄 졌어요?" 옆에 앉으며 말을 거는 만지는 천지 얘기를 꺼낸다. "천지 얘기는 들었어." 둘 사이엔 적막이 흐르고 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둘 사이를 스친다. 만지는 추상박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런 만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왜 그렇게 보냐며 만지를 보는데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머리가 이상하냐며 갑자기 만지에게 머리를 숙여 들이 미는 터에 만지는 미쳤나며 뒤로 물러선다. 아직 추상박을 신뢰할 수 없는 만지. 추상박은 뒷머리를 훔치며 뒷목에 있는 심한 화상 자국을 보여준다. "천지가 머리 자르라고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내가 이걸 안 보여줬네. 너라도 실컷 봐." 만지에게 자신의 어릴 적 얘기를 들려주는 추상박. 그는 어릴 적 집에 크게 불이 난적이 있었다. 그 덕에 뒷 목부터 등까지 심한 화상을 얻게 되었고, 중학교 때는 별명이 괴물이었다고 한다.  그때 학교를 그만두고 머리를 길렀다고 한다. 그런 추상박의 사연을 듣던 만지는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음침한 스타일로 다니는 게 아니구나 라며 이해하고 짧게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는 다시 추상박의 옆에 앉는다. "천지... 자주 만났다면서요. 천지가 뭐 얘기한 거 없어요?" 만지의 질문에 추상박은 대답을 한다. "공부하는걸 되게 싫어했었어." 추상박은 과거의 천지를 회상하며 만지에게 들려준다. 

 

만지가 앉아있던 옆자리에는 천지가 앉아있다. 천지는 책을 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천지를 발견한 추상박은 천지 옆으로 다가온다. 자주 보는 추상박과는 이제는 거리낌 없이 이런저런 얘기하는 사이이다.  공부하기를 싫어한다던 천지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질문을 던져본다.  천지는 인사는 거르고 그냥 대충 대답하기로 한다. "성적이 좋아야 사람들이 제 말을 믿어주니까요. 안 그러면 제 말은 항상 공중분해돼요."  어떤 날은 같은자리에 심오한 표정으로 열심히 책에 빠져있는 천지를 발견한 추상박. "우울증 극복하기?" 천지는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다 입을 연다. "반에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요, 증상 리스트 적어주려고요.  반대로 하면 우울증처럼 안보이잖아요." 천지의 말에 재밌다는 듯 왜 그래야 되는 거냐며 물어본다. "우울증이면, 친구들이 싫어해서 다 떠나요. 그래서 숨겨야 돼요." 

 

 한참 얘기를 들려주는 추상박에게 친구가 뭐라고 그걸 숨기냐는 만지의 질문에 추상박은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쓸쓸한 표정으로 대답해준다. "알아서 친구 있는 애들은 잘 몰라. 가족도 중요하지만 천지 나이 때는 친구가 세상의 절반이야." 너랑 나랑 다르기 때문에 천지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같은 느낌으로 당해왔던 추상박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가족도 모르는걸 다 알고 있어요?" 만지는 아까부터 추상박이 들려주던 천지의 새로운 모습에 코가 시큰거린다. 내가 들어줄 순 없었나 싶은 만지. 그런 만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한 추상박은 여전히 쓸쓸한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살다 보면 엄한 사람한테 속 얘기할 때도 있는 거야. 엄한 사람은 비밀을 담아둘 필요가 없잖아. 내가 그 엄한 사람이야." 만지는 고개를 떨구며 미안한 마음에 자책한다. "아저씨, 유언이 없는 건 무슨 유언일까요. 묻지도 알지도 말아달라는 건지, 제발 알아달라는 건지." 그런 만지는 엄한 사람인 추상박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천지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는다.

다음날 아침 천지 몫이 없는 아침상에 계란은 두 개가 구워져 있다. 현숙은 두 개의 계란 중 하나를 떠서 만지의 밥 위에 올려주지만 만지는 다 익지 않은 계란은 싫다며 도로 접시 위에 돌려놓는다. 그런 만지를 보며 현숙은 천지는 애교도 많고 엄마맘도 잘 알아줬다며 한숨을 쉰다. 그런 현숙을 바라보며 원망하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 만지. "그럼 있을 때 신경 좀 써주지 그랬어. 천지 힘들어할 때 엄마랑 나 신경도 안 썼잖아.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며, 근데 엄마는 아닌 것 같아 그냥 다 흘려보낸 것 같다고." 우리들의 잘못이라며 또 한 번 엄마에게 가슴 아픈 얘기를 하는 만지도 가슴이 아프지만 그것들을 헤아리기엔 만지도 아직 어리다. "그럼 어떻게 해. 콘크리트를 콸콸 붓고, 그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 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 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묻고, 불쌍해서 못 묻고, 원통해서... 먹기 싫음 먹지 마  나쁜년아" 엄마 또한 생각이 많다. 이 고통의 굴레에서 천지만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현숙. 하지만 만지를 봐서라도 힘을 내야 하는데 못난 딸은 자꾸 가슴 아픈 말만 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한바탕 하고는 만지는 학교로, 현숙은 마트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만지와 말다툼을 한 현숙은 어쩐 일인지 미소를 지으며 쉬는 시간 쪽 창고에서 빨간 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다. 아까 만지가 생전 안 오던 엄마 일터에 박카스를 가져와 미안한 내색으로 안 자고 있겠다며 일 끝나고 빨리 오란다. "순 싸구려로 감동시키네." 오늘 저녁은 만지가 좋아하는 걸로 해줘야겠다며 계속해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데, 거의 다 쓴 털 뭉치가 풀리며 그 안에 있던 자그마한 네모난 종이가 굴러 떨어진다. 이게 뭐지? 라며 주워서 펴보는 현숙의 얼굴은 일그러지며 눈물이 터져 나온다. 천지의 유서였다. 그렇게 현숙은 과거 천지를 또 한 번 회상한다.

 

 "화연이라는 애가 천지를 좀 괴롭히는 것 같아서요, 둘이 떼어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침부터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천지를 억지로 학교로 보낸 현숙은 그날 학교로부터 전화가 왔다. 천지의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화연이 사실 학교에서 천지를 괴롭히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현숙은 쉬는 날 조심스럽게 화연의 엄마인 정영을 찾아간다. "애들 일은 애들이 알아서 해결해야죠" 현숙을 처다도 보지 않고 짜장면 그릇을 정리하며 답하는 정영의 태도에 한숨이 나오는 현숙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애를 영특하게는 키워도 영악하게 키우면 안 되죠" 두 손을 모으고는 정영의 등을 바라보며 최대한 부드럽게 얘기를 하는 현숙을 뒤돌아 노려보는 정영. "뭐여요? 아니 애를 곰처럼 키운 당신이 잘못이지. 바쁘니까 나가요." 적반하장으로 바쁘니 나가라는 정영의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나오지 않는 현숙.

그날 저녁 만지는 학교가 늦어 집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천지와 둘이서 밥을 먹으려는데 미처 반찬을 준비하지 못한 현숙은 정영의 가게 보신각에서 짜장면이라도 시킬 참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정영과 사이가 좋아진다면 천지에게 못되게 구는 화연을 정영이 좀 말려줄까 싶었다. "나는 짜장면이 너무 싫어. 짜장면 때문에... 나 죽을 거야." 

 

 자꾸만 그날 일들이 떠오르는 현숙은 이내 몸져누워버렸다. 밤새도록 끙끙거리며 잠을 못 잤던 현숙은 지금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 현숙의 신음소리에 이른 새벽잠에서 깬 만지는 현숙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더니 불이라며 허둥지둥 옷가지들을 챙겨 약국으로 향한다.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약국 문을 두드리며 약국 사장님을 깨우는 만지는 결국 해열제를 사들고는 급히 집에 들어온다. "엄마 괜찮아?" 집으로 들어온 만지는 방에 불을 키고는 장롱 안에 있는 천지의 물건들을 헤집어놓은 엄마를 보고는 걱정스레 말을 건넨다. 엄마는 조용히 천지가 갖고 있던 실 뭉텅이 중 빨간 실 뭉텅이를 만지에게 건넨다. "니손으로 좀 찾지 이걸 못 찾냐. 그 안을 봐 그 속에 천지가 남긴 편지가 있어." 만지는 자신의 손에 들려져 있는 빨간 실 뭉텅이에 보일 듯 안보일 듯 박혀있는 천지의 자그마한 종이를 발견한다. [ 항상 부러웠던 우리 언니 내가 멀리 떠나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언니. -  다섯 개의 봉인실 중 두 번째 ] 목이 메여오는 만지. 눈물을 종이 위로 떨어뜨리며 종이를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왜 말 안 했어? 두 번째래잖아 다섯 개 중에.. 그러면 더 있는 거고..  흐윽.. 이게 없어서.... 고마워 천지야.." 안방에서 그렇게 유서를 끌어안은 채 대성통곡을 하는 만지. 묵묵히 쌀 물을 씻어내는 현숙. 둘은 그날 새벽부터 머리가 깨질 듯 울었다.

 

 

 

 

- 이번에 소개해드린 "우아한 거짓말"의 영화는 학교폭력과 우울에 시달리던 천지의 죽음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소개해드린 분량은 영화의 절반 정도이며 많은 디테일의 내용들을 생략한 내용이오니 꼭 한번 영화를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당연하게 늘 옆에 있던 존재인 가족들은 천지가 떠난 후로 천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그간 천지가 자신들에게 보낸 sos를 회상하며 지내게 되고, 가해자인 학교 친구들과 화연 또한 천지의 죽음으로 또 많은 고통 속의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요, 우울증을 기반으로 만든 이 영화는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천지의 선택에 우울 고물상이 많은 공감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고통 속에서 자유롭고자 했던 선택은 남아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원한 딜레마가 됩니다. 안 좋은 선택은 본인만의 몫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자신을 돌보도록 해봅시다. 우울이 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