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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3화

빈카소 2022. 2. 10. 16:38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더니 창가로 내려와 두발로 걸어들어오는 그것 깊은 숨을 내쉬더니 창가밑 내 책상으로 날아 앉았다.

 

 

 

여기는 언제와도 향기로와서 좋아.”

 

 

 

 

너 뭐야

 

 

 

 

안녕 웬디 나는 팅커벨이야

 

 

 

 

말문이 막혔다. 어릴적 들었던 피터팬이라는 동화속 그 팅커벨? 나는 멀찍이 떨어져 벽에 기대고선 그것을 계속 응시했다.

 

 

 

 

끽끽... 농담이야. 인간이 우리를 가르켜 요정이라고 하던가?”

 

 

 

 

말도안되는 상황에 입을 쩍 벌리고선 나는 조심히 다가가 그것에 머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머리카락의 촉감은 분명 현실을 가리키고 있었고 이 상황에 어이가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웬디 나는 너에게 부탁을 하나 하려고 왔어

 

 

 

 

“...”

 

 

 

 

왼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체, 그것으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 날개를 잘라줘

 

 

 

 

어깨 뒤로 잠자리 날개 같은게 푸드득 거린다.

 

 

 

 

날개를 자르라니 무슨말이지? 묘한 그것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니, 갑자기 그것이 웃기 시작했다.

 

 

 

 

입은 웃고있지만 지나치게 큰 눈은 전혀 웃지않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거의 숨이 넘어가듯 웃더니 기어이 이제는 드러누워 배를 잡고 웃어댄다.

 

 

 

 

얼마나 웃었을까 그것은 일어나 앉더니 나를 보고선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귀까지 찢어진 그것의 입 때문에 온몸의 털이 솟아오름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입으로 자기 날개를 쩍쩍 찢어 먹기 시작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다. 꿈이었던가? 소리도 안나올만큼 목이 아파왔고,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아침이 밝았음을 알 수 있었다.

 

 

 

 

꿈을 꿔도 뭐 같은 꿈을 ... 아니 꿈이 맞았던가? 꿈에서 꿈을 꾼것인가? 언제부터 잠들었던가,

 

 

 

 

 

시끄럽게 울리던 벨소리가 사라지고 창밖은 생기가 도는 사람들 소리로 북적였다.

 

 

 

 

핸드폰을 바라보니 동생한테 온 전화23통 알림이 떠있었다.

 

 

 

 

정신을 놓고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니 화면이 꺼지고 푸석한 얼굴이 보였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 암막 커튼을 사던지 해야겠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또 다시 울리는 벨소리, 동생이다.

 

 

 

 

어 왜

 

-누나 괜찮아?

 

뭐가

 

-나 집 앞이거든? 금방 올라갈게.

 

 

 

 

전화 연결음이 끊기고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지우

 

 

 

 

어떻게된거야

 

 

 

 

뭐가

 

 

 

 

혈안이되서는 가방을 집어던지듯 내려놓고 내 침대에 달려와 앉는 지우는 내 안색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거의 울기 직전처럼 눈시울을 붉게 물들인다.

 

 

 

 

어제 누나가 나한테 전화했었잖아

 

 

 

 

내가?”

 

 

 

 

, 막 뭐랑 대화하듯이 혼잣말하더니 막 웃었잖아 그리고 끊었어. 끊어서 내가 계속 전화하니까 안받고.. 어제 무슨일 있었던거야? 누구 왔다갔었어?”

 

 

 

 

생각에 잠긴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서 아무말 없이 멍하니 있으니 동생이 내 양팔을 잡고 흔들어댄다. 새벽에 있었던 일.

 

 

 

 

내가 동생한테 전화를 걸었던 것인가? 없던 몽유병까지 생길정도로 내 몸이 많이 안좋아진것일까?

 

 

 

 

아니 그보다 그것, 그것은 실제로 있었던 것인가? 난 분명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일 모래 도착할 동생이 내 생각 한다며 이렇게 일찍 올 일은 없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동생얼굴을 보니 나는 더 무섭기 시작했다.

 

 

 

 

약 먹은거야? 상태 많이 안좋은거야?”

 

 

 

 

옆 책상에 아무렇게나 뜯어져있는 약봉지에 시선을 멈춘 동생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본다. 그래 나 어제 약 먹었었지.

 

 

 

 

 

 

-

 

 

 

 

 

 

서류 작성 하는게 뭐가 그리 어려워서 그러냐!”

 

 

 

 

최상무다. 아침 댓바람부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선 나에게 샅대질을 해대는 최상무에 또 왜 지랄이냐며 속으로 욕을 읇조렸다.

 

 

 

 

휴가 가질시간은 있고 간단한 서류 작성할 시간은 없어?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사무실 공기는 차가워지고 여기저기서 타자치는 소리는 줄어들며 내주위 사원들은 내눈치와 부장의 눈치를 번갈아보며 쳐다보고 있다.

 

 

 

 

대답안해?”

 

 

 

 

“... 저 상무님, 상무님 노트북 옆에 놓아뒀는데요.”

 

 

 

 

이거?”

 

 

 

 

신경질적으로 내가 작성해놓은 파일을 집어던진다.

 

 

 

 

이 똥덩어리? 너가 이 회사 들어오고 난 다음 너 재대로 하는 꼴을 못 봤어 다시 작성해. 오늘 오전까지야. 아니면 짐쌀 준비해 멍청하기는.”

 

 

 

 

정말 살인충동이 목까지 차올라 목울대를 울려댔다.

 

 

 

 

화끈해지는 볼에 나는 바닥을 바라보며 최상무가 자리를 뜰 때까지 숨죽일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는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제자리에 앉아 한참을 심호흡을 해본다.

 

 

 

 

그리고는 서랍에 있는 컷터칼을 들고 최상무의 방에 곧장 들어가 나를 향해 뒤돌아보는 최상무의 목을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어버린다.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최상무는 날카로운 소름에 오른손으로 목을 틀어막지만 서서히 벌어진 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피는 손틈새로 흘러나오고, 켁켁 거리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낸다.

 

 

 

 

열심히 했는데 왜 나한테 지랄이세요 최상무님

 

 

 

 

점점 충혈되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최상무는 뒷걸음치다 넘어져 버린다.

 

 

 

 

나는 컷터칼을 예쁘게 내려놓고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최상무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팬을 들어 최상무 위에 올라타 눈을 수십번을 찌른다. 과연 딸기쨈처럼 걸죽해진 눈알은 결국 뽑혀져 나오고 긴 실같은게 내 손가락에 엉켜서는 쫙쫙 늘어난다. 나를 말리던 최상무의 손은 내 목을 조르더니 손가락 하나하나씩 힘이빠져서는 결국 형편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내 얼굴로 튀어오른 핏물들은 내 턱을 지나쳐 최상무의 입으로 뚝뚝 떨어진다. 순간 내 어깨에 알수없는 벌래의 날개가 펼쳐지고는 이토록 상쾌하고 한평생 느껴본적 없던 자유를 만끽하고있다.

 

 

 

 

지선씨! 지선씨!!”

 

 

 

아무말 없이 머리에 손을 얹고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내 옆에서 최상무가 집어던진 자료를 훑어보던 먹보 태경이가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거 괜찮은 수준이아니고 너무 잘했는데?”.

 

 

 

 

머리는 감은것인지 안감은것인지 늘 기름져있는 상태에 매일같이 입에 먹을 것을 물고있는 송태경.

 

 

 

 

그는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신입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 입대하고는 군대에서 오컬트문화에 빠져 제대하자마자 입사시기를 놓쳐 2년동안 오컬트 모임 활동을 했다고 했다.

 

 

 

 

그러다 부모님의 등살에 못 이겨 어렵게 일자리를 들어온 것이 이 회사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말끔한 차림에 좋은 인상을 가졌기에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덕분에 꽤 괜찮은 회사생활을 기대했지만,

 

 

그의 그런 깔끔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제는 옆에서 그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는 오물오물 쩝쩝 거리는 소리마저 신경질이 났다.

 

 

 

 

도넛츠를 입에 머금은체 기름묻은 손으로 내 자료를 훑어보는 김태경. 도넛츠를 내려놓더니 너스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부장새끼 저번에 지선씨가 회식자리에서 쪽준거 때문에 저러는거 아니야? 또라이네

 

 

 

 

그럴만도 한게 저번달 회식때 자리배치에 실패한 나는 결국 부장 옆자리에 앉게되었고,

 

 

 

 

술은 여자가 따르는게 맛있다며 나에게 계속 술을 따르라고 해댔다.

 

 

 

 

또 술강요를 어찌나 하던지, 결국 잔뜩 취해버린 나는 부장에게 술맛떨어지게 계속 그렇게 웃지마세요라며 말 한번 크게 잘못했다가 그 다음날부터 이모양이 되었다.

 

 

 

 

그날 회식사건은 부서 내에서 큰 피넛거리가 되었고, 나랑 잘 얘기하던 동기들이랑도 서먹서먹해졌다.

 

 

 

 

부장 눈치를 보면서 거의 사내 공식 은따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사람만 빼고.

 

 

 

 

너무 맘쓰지마요 한두번이야? 앞부분 내용만 수정해서 넘겨도 고친지 안고친지 모를새끼니까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겨요

 

 

 

 

저 죄송한데 신경 꺼주세요

 

 

 

 

실실 웃으며 너스레떠는 꼴이 싫어 딱잘라 말했더니 무안한 듯 웃어보인다.

 

 

 

 

내가 말이 좀 심했나? 나는 왜 이모양인것일까 그래도 신경써주는 사람한테 너무했다. 아닌가? 차라리 이게 나으려나? 이미 은따로 전략해버린거 차라리 이게 낫다싶다.

 

 

 

 

아무도 신경안쓰고 조용히 회사다니는것도 나쁘지만은 않기에 김태경의 넉살좋은 관심조차 잘라버리고싶다.

 

 

 

 

이마를 감싸쥐던 두손을 내려놓고 겉옷을 챙겨 회사 옥상으로 향했다.

담뱃불을 붙여 씁 하고 들이마셨다.

 

 

 

 

한숨같이 내뱉어지는 담배연기가 쓸때없이 예뻐보였다. 잠시뿐이지만 그래도 된통깨진 지금, 기분을 전환해줄 니코틴에 의존한다.

 

 

 

 

옥상밑으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작다. 뭐가 그리 바쁜지 다들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고 사라진다.

 

 

 

 

벌래같다. 나또한 이 높은곳에서부터 내려간다면 그들과 똑같이 벌래가 되겠지. 아니 지금도 벌래인가?

 

 

 

 

몇일전 있었던 그것이 진짜이든 아니든 그날 이후로 창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없고, 잠도 약때문인지 중간에 안깨고 잘 잤다.

 

 

 

 

사실 그날이후로 또 그런 환영을 보거나 악몽을 꿀까 싶어 잔득 날이 서 있었지만, 최상무 일외엔 별일 없는 하루하루에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오늘, 그저께 주문한 암막커튼까지 배송될 예정이니 이제 마음의 안정에 최대한 집중하는것만 남았다.

 

 

 

 

지긋지긋한 불안과 벌래에 대한 공포심을 이겨내고 싶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엄마에 대한 기억까지도 사라져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